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2030년 센서스 인구조사 방식 개정안이 서류미비 이민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인종·민족·성적 지향 관련 항목을 삭제하며, 거주지 판정 기준까지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의회 의석 배분과 연방 예산 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10일 10년 주기 센서스 인구조사에 관한 연방 규정 제안 공고를 발표하고, 10월 13일까지 33일간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인권 단체들은 이 규정안이 통상적인 방법론 조정에 수반되는 감독 절차를 우회한 채, 집계 대상자·거주지 정의·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바꾸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의회 의석 배분과 연방 예산 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이같은 규정 변화를 조정하는 초 센서스국 내부 3개 자문위원회를 해체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중 한 위원회는 인종 및 국가 자료를 다루는 부서였다.
아시안아메리칸 정의진흥협회(AAJC) 회장 겸 사무총장 존 양(John Yang)은 9월 18일 ‘시민·인권에 관한 리더십 컨퍼런스’ (The Leadership Conference on Civil and Human Rights)와 ‘센서스 카운츠’ (Census Counts)가 공동 개최한 브리핑에서 “이 규정은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 규정은 기존 연방 법률에도 위배되며, 미국을 이해하는 방식과 권력·자원의 배분 방식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200년 동안 진행된 미국의 센서스 인구조사 관행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누가 인구조사 집계 대상인가?
새로운 규정안의 핵심은 10년 주기 인구조사의 집계 대상을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로 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류미비 이민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일부 이민자들도 집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의회 의석 배분을 위해 각 주의 ‘전체 인구수’를 집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연방대법원은 이 기준을 시민권자만으로 한정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거부해왔다. 따라서 새로운 조항은 헌법적 요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양 회장은 주장했다.
새로운 규정안은 제외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 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20년 센서스 인구조사에 시민권 여부를 묻는 필수 항목을 추가하려다 연방대법원에 의해 차단된 사례를 잠재적 모델로 지목했다.
당시 해당 항목은 결국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방을 우려한 많은 주민들이 센서스 인구조사 자체를 기피하면서 라틴계 이민자 미집계율이 역대 최고인 4.99%를 기록했다. 이는 약 20명 중 1명꼴로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2010년 미집계율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서류미비 이민자는 약 1,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포함한 혼합 신분 가구 구성원은 약 2,6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국 가구의 5.6%에 해당한다.
이러한 “전반적 이민 신분 조항” 때문에, 서류미비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권자·영주권자·불법 이민자가 함께 사는 혼합 신분 가구 전체가 스스로를 과소 집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양 회장은 경고했다.
거주지 기준, 어떻게 달라지나
공정한 인구 집계 단체 ‘페어 카운트’ (Fair Count)의 회장 지닌 에이브럼스 맥린(Jeanine Abrams McLean)은 거주지 정의 변경이 정확한 집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은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것으로, “한 사람이 가장 많이 생활하고 잠을 자는 곳”을 거주지로 본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안은 이를 법적으로 지정된 4월 1일 기준일 대신, 1월 3일부터 4월 1일까지 90일간의 집계 기간을 활용하는 3단계 방식으로 대체하려 한다.
맥린 회장은 “1월 3일을 시작일로 정한 것은 사람들의 실제 생활 방식과는 무관하며, 의회 일정에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어느 장소에 단 한 시간이라도 ‘합법적으로 체류'(lawfully present)했다면 그날 해당 장소에 거주했던 것으로 간주된다. 맥린은 “‘합법적으로 체류’라는 표현은 이전 어떤 인구조사에도 등장한 적 없는 문구”라고 지적했다.
규정안은 또한 세금 보고서 1040 양식과 W-2 양식 등 세금 기록에 크게 의존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이는 실제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신뢰도가 낮은 지표다.
센서스 인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18~24세 청년의 45%는 부모와 함께 살지 않아, 설문이나 우편으로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연령대로 꼽힌다.
또 다른 센서스 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세 가구원의 경우 인구조사 응답자가 보고한 이사 내역과 국세청(IRS) 기록의 일치율이 57.5%에 불과했다. 반면 70세 이상은 90%, 자가 소유자 전체는 90.1%에 달했다.
맥린 회장은 저소득층이나 세금 신고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 연방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세금 보고서는 실제 거주지가 아닌 우편 수령 주소만을 요구한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군인 가족의 경우 W-2 양식에 “실제로 거주하고, 잠을 자며, 쇼핑하고, 자녀들을 등교시키는 생활 거점”이 아닌 군부대 주소가 기재되는 경우가 많아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맥린 회장은 “‘통상적 거주지’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것은 인구조사의 가치를 만드는 비교 가능성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데이터가 제외되는가?
새 규정안의 세 번째 핵심 내용은 센서스 인구조사 설문에서 인종·민족·성적 지향 관련 항목을 전면 삭제하고, 응답자의 인구통계 항목 응답 의무를 없애는 것이다. 1790년 최초 인구조사 이래 전례 없는 조치다.
NALEO 교육기금 수석 고문 아르투로 바르가스(Arturo Vargas)는 “새 규정은 인구조사에 대한 국민의 응답을 의무화한 연방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변경안은 관리예산처(OMB)와 센서스국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데이터 세분화 체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2024년 연방 인종·민족 기준 개정을 통해 신설된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항목도 포함된다.
바르가스 고문은 “인종·민족 항목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한 번도 시험된 적 없고 선례도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90일로 연장해달라고 이미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주기 인구조사는 모성 사망률, 영아 사망률, 재난 대응, 질병 발생률, 백신 접종률 등 미국 사회의 사실상 모든 불평등 지표의 기준 분모”라고 설명했다.
바르가스 고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당시 인구조사의 인종·민족 데이터는 라틴계의 감염률이 불균형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공중보건 기관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지역사회에 백신을 우선 공급했다.
그는 “부정확한 데이터는 정책 입안자들이 자원과 서비스를 어디에 투입하고 연방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데 그대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가 부정확하면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고 경고하며, 일반 대중들이 새로운 규정안을 검토한 후 의견을 제출할 것을 권했다.
SELEN OZTURK
ACoM editor and research director Selen Ozturk was born in Istanbul and raised in the Bay Area. She holds a philosophy degree from UC Berkeley. Her work has been published in the San Francisco Chronicle, SFGATE, Bay City News, PopMatters, and Senses of Cinema, among many other outle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