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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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맑은 공기, 친목 나누고 건강 다진다도심 속 휴식터‘그리피스 파크’의 한인 시니어들

Nicole Chang | Korea Daily

지난 3 월 22 일 오전 6 시 30 분. 로스펠리스 불러바드와 웨스턴 애비뉴에 있는 그리피스 파크 주차장. 두툼한 자켓을 입고 야구모자를 쓴 한인 시니어들이 두세 명씩 차에서 내리더니 준비운동을 한다. 홍춘만(86) 목사와 정문섭(85) 장로도 그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이미 도착한 10 여명의 다른 한인들과 가볍게 인사한 후 천천히 트레일 코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2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홍 목사와 무릎 통증으로 지팡이를 사용하는 정 장로는 100~200 미터 정도 걷다가 길가에 있는 테이블에 앉고 남은 멤버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걸어갔다. 이들이 걷는 곳은 펀델 트레일(Ferndell Trail)로, 30 여분 정도 걸으면 다시 입구로 돌아올 수 있다.

산책을 마치면 헤어질 것 같았던 이들 멤버들이 다시 각자 차를 나눠 타고 웨스턴과 샌타모니카 인근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입구 한쪽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먼저 도착한 멤버들이 주문한 모닝 커피와 에그 머핀을 나눠 먹으며 신문을 읽기도 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들 모임의 이름은‘새산맥’. 새벽예배 후 그리피스 공원에서 산책하고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는다는 뜻이란다. 2011 년 6 월 15 일 첫 출발한 이 모임의 최고령자는 올해 졸수(90 세)를 맞은 최현섭 박사, 이날 최연소자는 4 년 전 합류한 캐리스 리(73) 집사다. 주중엔 평균 9 명 정도 모이지만 주말에는 20 명 가까이 참석할 만큼 규모도 적지 않다。

Credit Nicole Chang

참석자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평지에 가까운 이곳을 걷지만 가끔은 초창기때처럼 산 정상까지 올라갈 만큼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신했다.

공원에서는 팀원들의 출석을 챙기고,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모닝 커피와 에그머핀을 꼼꼼히 확인하는 든든한 리더 오용기(80) 장로는“내가 새산맥에서 젊은 회원으로 꼽힌 지 벌써 15 년째다. 그만큼 다들 건강하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이민자들의 삶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참석자들 모두 이 모임을 통해 몸과 마음의 쉼을 얻고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리피스 파크를 함께 걸으며 병을 치료하고 몸을 회복하는 이들이 있다.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이진동(77) 집사가 그렇다. 그는 암수술을 받고 퇴원하자마자 이곳을 찾아 걸었다. 이씨는“아침마다 걸으면 산림욕을 하는 것 같다”며“서로가 안부를 묻고 챙겨주는 사랑과 관심도 긍정적인 힘을 준다”고 말했다.

초창기 멤버인 심진영(80) 권사도“최근에 무릎 관절이 나빠져서 병원을 다녀보고 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이곳에서 매일 천천히 걸으니 다리에 근육이 생겨 통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Credit Nicole Chang

이들처럼 다양한 이유로 그리피스 파크를 찾는 한인들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글렌데일에서 거주하는 김영숙(80)씨는 일주일에 평균 2~3 번 그리피스 파크를 친구와 함께 찾는다. 김씨는“자연을 보며 걷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공원과 산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말했다.

반면 5 년 전 로스펠리스 지역에서 미드윌셔 지역으로 이사한 스티븐 조(64)씨는“지금도 가장 아쉬운 건 그리피스 파크를 매일 찾지 못하는 것”이라며“지금 사는 곳 근처에는 공원이 없어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가끔 차를 타고 그리피스 파크를 찾는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그리피스 파크는 LA 도심에 위치한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면적만 4300 에이커가 넘어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공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곳은 1896 년 웨일스 출신의 사업가 그리피스 J. 그리피스가 LA 시에 기부하면서 조성됐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즐길 수 있는 등산로부터, 자전거 트레일, 승마, 골프장 외에 그리피스 천문대, 할리우드 사인, LA 동물원, 야외극장 그릭시어터(The Greek Theatre)까지 조성돼 있어 LA 시민들이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그리피스 파크를 한인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서울의‘남산’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해발이 낮은 산등성이 있고, 참나무, 소나무 등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울창하다. 게다가 볼거리가 많고 트레일도 다양하다 보니 산을 좋아하는 한인들의 발길은 이어진다. 위치도 LA 한인타운과 그리 멀지 않아 매일 수백 명의 한인들이 이곳을 찾아 걷고 뛰는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지난 2 월 8 일 이곳에서 열린‘거북이 마라톤 걷기 대회’에도 수천 명의 한인들이 참가할 정도였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한인 청소년 봉사단체인 파바월드 회원들은 방문자들의 안전을 위해 트레일에 쌓인 낙엽을 정기적으로 청소했었다.

‘새산맥’을 시작한 오재선(80) 장로는“이렇게 오랜 시간,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멤버들과 매일 아침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즐겁고 소중하다. 다른 분들도 우리처럼 공원과 산을 걸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This story was produced by Ethnic Media Services in collaboration with the Laboratory for Environmental Narrative Strategies (LENS) at UCLA as part of the Greening American Cities initiative supported by the Bezos Earth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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