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le Chang | News Koreatown
로스앤젤레스 — 고층 건물과 분주한 거리로 가득한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한인 커뮤니티에 깊은 의미를 지닌 단 하나의 녹지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 국제공원(Seoul International Park)’이다.
이 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한인타운의 문화적·정서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오는 10월에도 이 공원에서 한인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무려 52년째 이어져 온 행사로, 이제는 한인 커뮤니티의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잡았다.
한인 축제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한인타운 최대의 문화 행사로, 한국의 음식과 음악, 전통 공연과 함께 커뮤니티의 자부심을 나누는 자리다. 1970년대 코리아타운의 형성을 직접 경험한 1세대 이민자들부터 뿌리를 찾고 문화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한인들까지,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온 축제다. 그리고 이 모든 축제의 무대가 바로 서울국제공원이다.
이 공원의 중요성은 문화적 상징성을 넘어선다. LA타임스 지도 프로젝트(Mapping L.A.)에 따르면 한인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동네로, 평방 마일당 4만2000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지만 녹지 공간은 극히 드물다. LA시는 2015년, 공원이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한인타운에 있는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의 주차장을 없애고 이곳에 ‘미니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2만6000스퀘어피트 크기의 주차장에 다목적 행사장, 놀이터, 그늘쉼터, 피트니스 공간, 산책로, 벤치와 테이블 등을 설치하는, 말 그대로 ‘미니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예산 등의 문제로 진행이 미뤄지다 지난 2024년 8월이 되어서야 겨우 착공식을 가졌다.
이 때문에 서울국제공원만이 아이들이 뛰어놀고, 노인들이 산책하며, 가족들이 잠시라도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소중한 쉼터가 되고 있다. 또 공원 바로 옆에는 ‘한인타운 시니어 및 커뮤니티 센터(Koreatown Senior and Community Center)’가 위치해 있어 많은 한인 노인들에게 여가를 보내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아침 시간대에는 종종 공원 곳곳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그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원 내에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이나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해 낮 시간대에는 많은 노인들이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숙자들이 공원 옆 아드모어 레크리에이션 센터 앞을 차지하고 있어 노인들이 다가가기에는 위험한 환경이다. 급속히 고령화되는 커뮤니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원내 노인을 위한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서울국제공원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특히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한인 축제를 통해 그러한 역할이 두드러진다. 처음에는 한인들을 위한 행사로 시작됐지만, 해가 지날수록 한인 뿐만 아니라 라틴계, 흑인, 백인, 아시아계를 포함한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웃들이 함께 모여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장소로 성장하고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 축제는 단순히 한국 문화를 알리는 자리를 넘어, 다문화 커뮤니티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평소에도 이 공원은 청소년 스포츠, 노인 대상 태극권 수업, 주말 피크닉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열린다. 하지만 한인 축제가 시작되면 이 공간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올해도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국제공원에서 한인축제가 열린다. 올해로52회를 맞는 한인축제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은 참여가 예상되며, 이는 단순한 전통을 넘어선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성장과 포용, 회복력을 상징한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한인축제재단의 알렉스 차 회장은 “이 공원은 우리에게 하나의 안식처이자 지역 커뮤니티에 문화를 연결하는 유일한 장소”라며 “무엇보다 아파트와 교통, 상업지구로 가득 찬 이 동네에서 서울국제공원은 우리가 함께 모이고, 축하하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 역시 젊은 시절 한인축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배웠다. 9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온 그는 “대학시절 처음 한인축제가 열리는 서울국제공원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서울국제공원에 설치된 부스에서 교회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팔던 경험은 지금도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이라는 그는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축제는 내 자녀,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문화 유산이 됐다. 앞으로도 서울국제공원이 한인축제의 중심 무대가 되어 문화를 연결하고 알리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인타운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서울국제공원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공원은 단지 공공장소가 아니라, 문화의 생존,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다양성을 품은 녹색 공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LA시의회는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투자는 물론, 시설 개선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곳곳에 몰려있는 노숙자들로 인해 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시니어들의 안전도 우려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공공토지신탁(TPL)’이 지난 5월 21일 발표한 2025년 공원지수(ParkScore) 보고서에 따르면, LA시는 미국 100대 도시의 공원 시스템 평가에서 90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LA시가 투자하는 금액도 주민 1인당 연 108달러로, 전국 1위로 이름을 올린 워싱턴D.C.의 345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상황은 LA시가 도시의 공원 시스템을 ‘필수 인프라’가 아닌 ‘선택적 편의시설’로 간주하고 운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알렉스 차 회장은 “공원이 도시의 사회적 통합과 건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한인축제”라며 “전략적인 투자와 정책 변화를 통해 서울국제공원이 개선되고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This story was produced by American Community Media in collaboration with the Laboratory for Environmental Narrative Strategies (LENS) at UCLA as part of the Greening American Cities initiative supported by the Bezos Earth Fund. Read more stories like this by visiting the Greening Communities homepage.